전체 글166 사라진 사람, 죽어가는 집, 믿기 힘든 이야기 서울을 벗어나 조금 멀리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언뜻 마주치는 폐가들, 그 집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적막하고 쓸쓸한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봅니다. 한때는 집주인의 관리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을 그 공간들이 이제는 버려진 듯 보이는 풍경은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온가지 묘한 감정과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존재입니다. 벽과 기둥, 창문과 문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간직한 그릇과도 같습니다. 매 순간의 기쁨과 슬픔, 꿈과 희망, 좌절과 성취가 그 공간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사람이 떠나가면 집도 함께 죽어갑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육체처럼 급격히 약해지고 황폐해지는 모습은 인간과 공간 사.. 2024. 11. 23. 잃어버린 계절을 그리며 - 소설(少雪)에 부쳐 하늘은 여전히 24 절기의 굴레를 타고 돌아가건만, 그 속에 담긴 계절의 의미는 점점 흐려져만 갑니다.오늘 11월 22일은 소설(少雪), 작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스무번째 절기입니다. 옛날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이날이 되면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눈송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지요. 광고서울로 올라오는 길 정체된 차 안 밖을 바라보며 어릴 적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삼십몇 해전, 1980년대 그때의 소설이면 어김없이 첫눈이 내리거나 굉장히 추웠습니다. 파카 주머니니에 손을 넣고 등교하던 길, 운동장에서 신발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도 아랑곳없이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귀가 시리도록 추운 날이면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먹던 따끈한 어묵과 떡볶이가 우리의 작은 위안이었지요. 삼한사온(.. 2024. 11. 22. 직장생활, 밥은 먹고 다니냐. 아님 행복하냐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의 "직장은 당신의 삶이 아닙니다"라는 연설을 보신 적이 있나요? 이런 그의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공감을 얻었었는데요 왜 이 말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을까요? 우리의 직장 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회사'라고 하면 어땠나요? 제 2의 가족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웠죠. 퇴근 후 회식은 당연했고, 야근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어요. 선배님 말은 무조건 따라야 했고, 회사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시간은 뒷전이어도 괜찮았죠. 평생직장이라는 말도 당연시 이야기 했죠 1. 새로운 세대가 온다!* 야근요? 죄송한데 제 시간은 소중해요* 회식이요? 음...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저는 성장하는 게 중요해서 아직도 생각.. 2024. 11. 21. 1993년 겨울, 스카라 극장에서의 추억 나는 가끔 아니 자주 그날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차가운 겨울밤공기, 친구 셋과 나눈 대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설렘 가득 한사랑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의 나처럼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마음이 아직도 내 가슴속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1993년 겨울 서울은 엄청 추웠었다. 극장 앞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 손끝 발끝 너무도 추워서 빨리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 추운 겨울도 아닌 것 같지만 그 당시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추위였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만은 따뜻했다. 휴가 나온 군인이 자유의 시간을 갖는 것과 그 시간을 친구들과 재회로 영화를 보는 것으로 하였으니 정말 순수하게 보낸 것 같다. 스카라 극장은 당시에는 그래도 꽤 유명한 극장 아니었던가... 2024. 11. 20. 이전 1 ··· 4 5 6 7 8 9 10 ··· 42 다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