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아니 자주 그날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차가운 겨울밤공기, 친구 셋과 나눈 대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설렘 가득 한사랑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의 나처럼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마음이 아직도 내 가슴속 안에 살아있다는 것을...
1993년 겨울 서울은 엄청 추웠었다. 극장 앞에서 친구들을 만났을 때, 손끝 발끝 너무도 추워서 빨리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고 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 추운 겨울도 아닌 것 같지만 그 당시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추위였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만은 따뜻했다. 휴가 나온 군인이 자유의 시간을 갖는 것과 그 시간을 친구들과 재회로 영화를 보는 것으로 하였으니 정말 순수하게 보낸 것 같다.
스카라 극장은 당시에는 그래도 꽤 유명한 극장 아니었던가.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던 시절, 그래도 직관이 아직은 대세였던 그 시절 하얀 덮개 씌운 의자와 시멘트 바닥,, 모든 것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가득 찬 영화관이었다.
톰 행크스와 맥라이언이 주여을 맡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운명적인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영화였다, 아내를 잃은(톰 행크스)가 약혼자가 있는 애니(맥 라이언)를 서로 만난 적도 없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의 약속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당시 나는 군대에서 휴가 나온 군인으로서,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순수한 사랑에 대한 동경이었을까 아님 다시 복귀해야 하는 압박감 복잡한 마음속으로 영화를 보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 이 영화는 나에게 잠시나마 일상의 달콤함을 맛보게 해 주었던 특별한 선물이었다.
30년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스카라 극장은 사라졌고, 우리는 중년이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케이블 TV나 스트리링 서비스를 통해 방영되며, 여전히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는, 오히려 지금의 각박한 세상에서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중년이 된 지금. 나는 가끔 그날의 추억을 떠올린다. 차가운 겨울 서울의 밤공기, 친구들과 나눈 대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설렘 가득 사랑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의 나처럼 순수한 사랑이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스카라 극장이 있던 자리에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다, 가끔 그곳을 지나갈 때면 나는 여전히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직접그린 영화간판. 묵직한 극장문을 밀고 들어설 때의 설렘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우리는 아니 나는 종종 과거를 많이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 그리움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그때의 순수했었던 감정과 꿈들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워한다.'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그러했듯이. 진정한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이제 아버님 소리가 조금 더 익숙해지는 나이가 되어 이 추억을 되새기며, 나는 생각한다. 영화 속 샘과 애니처럼 운명적인 사랑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것 같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순수한 사랑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1993년 기억 속의 스카라극장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보았던 영화와 그날의 추억은 내 머릿속의 영상기처럼 돌아가고 있다. 나는 믿는다 진정한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우리 삶에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마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도 각자의 인생에서 특별한 사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