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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계절을 그리며 - 소설(少雪)에 부쳐

by 조한일 2024. 11. 22.

하늘은 여전히 24 절기의 굴레를 타고 돌아가건만, 그 속에 담긴 계절의 의미는 점점 흐려져만 갑니다.

오늘 11월 22일은 소설(少雪), 작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스무번째 절기입니다. 옛날부터 우리의 조상들은 이날이 되면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눈송이들을 반갑게 맞이했다지요.

겨울의 시작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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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올라오는 길 정체된 차 안 밖을 바라보며 어릴 적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삼십몇 해전, 1980년대 그때의 소설이면 어김없이 첫눈이 내리거나 굉장히 추웠습니다. 파카 주머니니에 손을 넣고 등교하던 길, 운동장에서 신발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도 아랑곳없이 친구들과 뛰어놀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귀가 시리도록 추운 날이면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 먹던 따끈한 어묵과 떡볶이가 우리의 작은 위안이었지요. 삼한사온(三寒四溫)의 규칙적인 한파는 겨울의 찬기를 대표했었고, 추위를 이겨내는 것이 계절이 주는 삶의 과제였습니다.

 

그 시절엔 패딩이 아닌 두툼한 파카나 목도리 벙거지 모자로 추위를 이겨냈고, 두꺼운 옷을 휘감아도 살을에는 겨울 찬바람을 막기 어려웠습니다. 하교 길에는 친구들과 동네 세탁소 창문에 서린 하얀 눈꽃 문양을 손가락으로 그리며 걷던 추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시절 겨울-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추억의 편린들

하지만 지금, 절기의 풍경은 너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소설인데도 하늘은 아주 맑기만 하고, 단풍이 아직 가지에 매달려있습니다. 두꺼운 겨울옷을 꺼내야 할 시기에 심지어 아직 반팔로 다니는 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때의 시절처럼 요사이는 김장을 서두를 필요도 없어졌고,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마음감지도 느슨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졌습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우리의 일상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현실의 사실을 실감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절기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우리가 잃어가는 것이 단순히 추위나 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겨울 교실안 -사진출저 네이버 kws814

우리는 자연의 순환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잊은 채, 편리함을 좇아왔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에게  겸손하을 가르쳐 주었고, 각 절기에 맞추어 살아가는 지혜를 주었습니다. 추운 겨울이 있어 따뜻한 봄이 반가웠고, 꽁꽁 언 운동장에서 피어나는 매화가 더욱 반갑고 아름다웠습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기후의 변화에 일반인이 나는 어떤 희망의 빛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요 나는 그저 평범한 한 사람으로 잃어버린 계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다시 찾아가려 조금 노력할 것입니다. 나는 나의 탄소발생자국을 줄이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며, 에너지를 아끼는 작은 실천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소설이라는 절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눈 내리는겨울의 시작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경고이자,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미래에 대한 알림표입니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느끼는 이 아쉬움과 그리움이, 다음 세대에게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한 작은 깨달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흐릿하고, 춥지 않은 겨울의 하늘 아래, 예전보다 훨씬 따뜻한 이 소설날에 나의 마음 한편이 시리도록 아립니다. 80년대의 추억 속 찬바람과 하얀 눈은 이제 아련한 기억이 되어 버렸지만,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가 깨달은 것들이 새로운 희망이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시 제자리 찾아 돌아가는 계절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