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월의 어느 월요일 노동현장의 그곳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시내 어느 리모델링 현장의 그곳에서 미세먼지에 자욱한 하늘 아래, 광화문 대로의 고층건물들이 있는 이 도시의 스카라인을 바라보며, 문득 내 삶의 궤적이 떠오른다.
저 빌딩들 사이로 보이는 광화문뒤의 산은 내가 이십 대였던 90년대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는 저 산들처럼 높은 꿈을 품고 있었을까, 하루하루 땀 흘려 일하면 더 나은 미래를 그렸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은 흰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저 건물의 보일러실처럼, 내 안에 서도 무언가가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은 참빠르게도 흘러갔다. 어느새 머리카락은 희끗해졌고, 몸은 여기저기 아픈 곳도 늘어났다. 매일 아침 이 도시의 공사장으로 향하는 발검음이 조금은 무거워졌다. 저 화려한 빌딩들 속에 나는 그 빌딩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로는 출근길 차들로 붐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회사나 직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나도 곧 이 빌딩의 건설현장으로 들어가 그들 틈에서 섞여들 것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짙은 미세먼지가 마치 내 인생의 아쉬움처럼 도시 전체를 뿌옇게 덮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날들이 모여 내 삶이 후반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조그만한 내 집도 마련했고 죄 없이 살아왔다. 어쩌면 나의 인생바람은 화려한 빌딩을 짓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나의 삶을 지키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이 끝나가는 오후 미세먼지속에 그나마 노을이 오늘의 일과를 위로하듯 따스하다. 쉽지 않은 하루였지만, 또 하나의 현장의 일과를 마치며 의미 있는 하루였다고 생각한다. 내일도 이 도시의 어딘가에서 새로운 일을 배정받아 나는 또다시 그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릴 것이다.
현장 창가에서 잠시 기대어 서서, 저물어 가는 도시를 바라본다. 미세먼지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붉은색 노릉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이제는 더욱더 알아가게 된다. 화려하지 않아도, 거창하지 않아도, 매일매일 성실하게 살아온 이 시간들이 바로 내 인생의 진정한 보물이라는 것을,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빌딩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수고했다고, 내일도 잘 해낼거라고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퇴근길을 재촉한다. 겨울 하늘 아래, 50대 노동자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